도순리 녹나무 자생지는 서귀포시 도순동에서 약 2㎞ 떨
어진 개천가 급경사면에 위치하고 있다. 경사면 위쪽은
편평한 땅으로 나무들이 없는 상태이고, 이 평탄지와 계
류 사이 사면에 발달한 숲 속에 녹나무가 자생하고 있다.
과거에는 많은 수의 녹나무가 이곳에 자생했지만 녹나무
가지로 환자를 치료하고 귀신을 쫓는다는 민간의 속설
때문에 많이 베어져 지금은 개체 수가 많지 않다. 이곳에
는 녹나무 이외에도 팽나무와 구실잣밤나무, 산유자나
무·조록나무·종가시나무·동백나무·참식나무 등 상
록활엽수들이 뒤섞여 자라고 있으며, 하층식생으로는 백
량금, 도깨비고비 등이 자라고 있다.
옛날에는 제주도에 녹나무 거목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.
그러나 배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데 널리 쓰이는 좋은 나
무로 알려지면서,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혼란기에 많이
잘려나갔다. 그 후로도 녹나무 껍질에 강심제로 쓰이는
캄파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약재
나 민간약으로 쓰기 위한 벌채나 박피행위가 계속되어
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 녹나무는 한 그루도
없다.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녹나무 가지와
잎을 자리 밑에 깔고 그 위에 중환자를 눕혀 뜸질을 하게
하면 병이 낫는다는 것이다. 또, 제주도에서는 육지에서의
복숭아나무와 마찬가지로 녹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는
풍습이 전해온다. 녹나무가 있으면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
기 때문에 조상의 제사를 모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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